열왕기상 19장 1-7절

“아합이 엘리야가 행한 모든 일과 그가 어떻게 모든 선지자를 칼로 죽였는지를 이세벨에게 말하니 이세벨이 사신을 엘리야에게 보내어 이르되 내가 내일 이맘때에는 반드시 네 생명을 저 사람들 중 한 사람의 생명과 같게 하 리라 그렇게 하지 아니하면 신들이 내게 벌 위에 벌을 내 림이 마땅하니라 한지라 그가 이 형편을 보고 일어나 자 기의 생명을 위해 도망하여 유다에 속한 브엘세바에 이르러 자기의 사환을 그 곳에 머물게 하고 자기 자신은 광 야로 들어가 하룻길쯤 가서 한 로뎀 나무 아래에 앉아서 자기가 죽기를 원하여 이르되 여호와여 넉넉하오니 지 금 내 생명을 거두시옵소서 나는 내 조상들보다 낫지 못 하니이다 하고 로뎀 나무 아래에 누워 자더니 천사가 그를 어루만지며 그에게 이르되 일어나서 먹으라 하는지라 본즉 머리맡에 숯불에 구운 떡과 한 병 물이 있더라 이에 먹고 마시고 다시 누웠더니 여호와의 천사가 또 다시 와서 어루만지며 이르되 일어나 먹으라 네가 갈 길을 다 가 지 못할까 하노라 하는지라”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여름, 한 일간지 기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집단 우울증’이 번진다는 기사였습니다. 현재 팬데믹의 종식을 위해 여러 가지 생활의 제약을 감내하고 있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팬데믹으로 인해 무기력과 우울감이 번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좀 더 폭력적으로 변하기도 하고, 우울감과 무기력으로 인해 자살이 늘어간다는 것입니다.

기사에서 하나의 통계가 제시됐는데,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인구조사국의 지난 4월 조사 결과 미국인의 3분의 1 정도가 불안이나 우울증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또 미 보건정책 연구단체인 카이저 가족재단의 조사 결과 미국 성인의 절반 이상이 코로나19가 자신의 정신 건강을 악화시켰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올해 말 확진자가 다시 폭발적으로 증가하거나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 정신건강 질병문제라는 파장이 밀려올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캐나다에서도 통계청의 조사 결과 응답자(1,400명)의 60%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정신 건강이 악화했다고 답했습니다. 팬데믹 이전인 2017년 조사에선 16%만 이 정신 건강 문제를 호소했다고 합니다.

코로나19가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지금은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지만, 가족의 죽음에 대한 불안감 등이 장차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친구들과의 접촉과 정규교육의 상실이 아이들에게 주는 스트레스 또한 크다고 지적합니다.

다들 공감하시겠지만, 2021년의 1/3이 지난 이 시점에도 이게 과연 언제 끝날지 그 끝을 모르겠다는 게 참 우리를 고통스럽게 합니다. 우리나라도 작년 말부터 수백 명의 확진자 수가 계속해서 유지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유럽과 북미 지역은 수천수만 명의 확진자가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뭐 사실 오래전부터 해법은 간단했습니다.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기 전에 모든 걸 다 셧다운하면 됩니다. 사람들 안 만나면 됩니다. 그러나 인간이 그럴 수 없고, 경제가 그럴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러한 현실이 부대껴서 우리 삶의 하루하루가 너무나 암담한 것입니다. 그래서 코로나19라는 질병 자체도 문제지만, 이도저도 못하는 우리의 암담한 현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무기력과 집단 우울증에 빠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무기력과 우울감이 우리에게 더 큰 문제일 수 있습니다. 삶과 생명을 포기하는 단계에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자살입니다. 예전에는 자살을 ‘의지력의 결핍’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자살 문제는 단지 의지력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치명적인 육체적 질병을 통해 생명을 잃듯이, ‘정신적 질병’을 통해 자살이라는 경로로 생명을 잃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미국에서 실시된 전국적인 설문 조사에 따르면,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 중 82%, 자살을 계획했던 사람 중 94.5%, 그리고 지난 1년 사이에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 중 88.2%가 정신건강 질병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요 우울증’이 가장 보편적인 질병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깊이 생각할 문제가 있습니다. 오늘날 사람들에게 왜 이런 정신적 질병이 많이 생길까요? 많은 이들이 우울감이나 정신병이 ‘환경’에 의해서 생긴다고 단순히 생각합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십시오. 지금의 환경보다 더 좋은 환경을 갖춘 사회가 있었나요? 눈부신 발전을 통 해 우린 얼마나 좋은 세상에 살고 있습니까? 다시 말씀드리지만 지금보다 더 좋은 환경을 갖췄던 시절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삶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단지 환경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서두에 코로나19 때문에 자살이 증가한다고 했는데, “거봐라, 자살은 힘든 환경 때문에 일어나는 거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자살하는 결정적 이유는 환경 때문이 아니라, 그 환경을 함께 이겨 나갈 ‘관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자살 위험에 노출된 이들을 돕는 방법을 잘 다루고 있는 책 『그대, 죽지 말아요』에 의하면(60-61p), 자살의 위험을 가져오는 환경은 대부분 결국 ‘관계의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된 환경입니다(어린 시절의 성폭력, 친밀한 파트너와의 갈등 또는 폭력, 독신, 이혼, 사별 등의 관계 상실로 인한 사회적 고립 등).

자살하기 전, 사람들이 이런 행동 많이 한다고 합니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거나 직접 찾아간다는 것이죠. 즉, 자신과 연결되어 있는 ‘마지막 관계의 끈’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 끈만 확인되면 다시 삶을 이어갈 힘 을 얻는다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자살에 있어 환경이 분명 영향을 주지만, “관계가 결정적입니다.”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것, 결국 관계입니다.

우울증과 자살하면 떠오르는 성경인물이 있는데 바로 오늘 본문의 주인공인 엘리야입니다. 북이스라엘 왕이었던 아합은 이방 여인 이세벨을 아내로 맞았고, 이로 인해 북이스라엘에 바알 숭배가 극에 달했습니다. 이때 등장한 예언자가 바로 엘리야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엘리야를 통해 북이스라엘에 가뭄을 예언하셨고 삼년 동안 비가 내리지 않게 됩니다.

가뭄이 있은 지 삼년 이 되었을 때, 엘리야는 바알과 아세라를 섬기는 예언자 850명과 대결을 벌입니다. 각자 제단을 쌓은 후 하늘에서 불을 내려오게 해서 그 제물을 태우는 신이 진짜 신이 되는 대결입니다. 다 아시듯이 바알의 제단에는 아무 일도 없었지만, 하나님은 엘리야가 쌓은 제단에 불을 내리셔서 제단에 부은 물까지 다 태워버리셨습니다. 야훼 하나님의 참되심이 드러난 후 엘리야는 백성들에게 명하여 바알의 예언자들을 사로잡았고, 그들을 모두 처형합니다. 완전한 승리 같아 보였지만, 엘리야에게 나타난 결과는 죽음의 위협이었습니다.

아합의 아내인 이세벨이 반드시 엘리야를 찾아내 죽이겠다는 무시무시한 결의를 보인 것이죠(왕상 19:2). 큰 두려움에 사로잡힌 엘리야는 목숨 을 구하고자 북이스라엘에서 남유다 최남단인 브엘세바로 도망을 갑니다(평양에서 제주도로 내려간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어느 날 엘리야는 브엘세바에 시종을 남겨 두고, 홀로 광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하룻길을 더 걸어갑니다. 더 깊이 광야로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 로뎀나무 아래로 가서 하나님께 죽기를 간청하며 기도합니다.

“자기 자신은 광야로 들어가 하룻길쯤 가서 한 로뎀 나무 아래에 앉아서 자기가 죽기를 원하여 이르되 여호와여 넉넉하오니 지금 내 생명을 거두시옵소서 나는 내 조상들보다 낫지 못하니이다 하고” (왕상 19:4)

엘리야가 머물었던 로뎀 나무.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카페 이름 중 로뎀 나무가 많죠. 뭔가 쉼과 평안의 이미지입니다. 하지만 로뎀 나무는 잎이 무성한 나무가 아닙니다. 가시나무 계열입니다. 그래서 로뎀 나무 그늘 아래 머문다는 것이 어떤 쉼의 의미가 될 수 없습니다. 즉 엘리야는 자신의 고백처럼 깊은 절망감 때문에 광야로 정말 죽으러 간 것입니다. 살 소망을 잃은 것입니다. 그래서 로뎀 나무 아래 있다는 것 은 어떤 쉼과 평안의 이미지가 아니라, 무슨 묫자리(?) 같은 느낌의 처절한 장소가 됩니다. ‘내가 살아서 뭐하나, 그냥 여기서 죽지…’ 이런 탄식이 일어나는 장소입니다.

이렇게 극도로 절망하고, 좌절하고, 우울한 엘리야에게 하나님은 어떻게 반응하십니까? 지쳐 잠든 엘리야에게 한 천사를 보내십니다. 그리고 그를 깨워 먹이십니다.

“로뎀 나무 아래에 누워 자더니 천사가 그를 어루만지며 그에게 이르되 일어나서 먹으라 하는지라 본즉 머리맡에 숯불에 구운 떡과 한 병 물이 있더라 이에 먹고 마시고 다시 누웠더니” (왕상 19:5-6)

오랜 시간 광야 길을 걸어서 육체적으로도 완전히 소진되어 있을 엘리야에게 갓 구운 음식과 광야에서 구하기 힘든 물 한 병을 주십니다. 얼마나 세심한 식사인지 모릅니다. 그리고 엘리야는 또 잠이 듭니다. 그렇게 그냥 쉬도록 놔두십니다.

다시 천사가 와서 그를 깨워 다시 음식을 먹으로 권하며 “갈 길이 아직도 많이 남았다”라고 말합니다. 즉 그에게 아직 할 일이 남았다는 것입니다. 19장의 이어지는 내용은 엘리야가 다시 힘을 얻어 하나님의 산 호렙산에 가서 하나님을 만나고, 다시 새로운 사명을 받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즉 엘리야에게 다시 살아갈 이유를 알려주십니다. 이처럼 극도로 절망하고, 좌절하고, 우울한 엘리야에게 하나님은 이렇게 반응하습니다.

1) 먹이신다. 2) 쉼을 주신다. 3) 사명을 주신다.

저는 극도의 절망과 좌절, 우울감에 빠진 엘리야에게 행하신 하나님의 이 반응이 오늘날 모든 교회 공동체가 감당해야 할 아주 분명한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의 목적과 의미를 상실해 가고, 관계와 공동체를 상실함 으로 인해 불안과 공포, 정신적 질병과 내면의 상처로 고통스러워하는 현 대인들에게 교회가 해야 할 분명한 사명인 것입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이후 마음의 상처와 관계의 단절 등을 경험한 이 시대 모든 사람들을 위한 시대적 사명인 것입니다.

교회는 ‘함께 나누는 공동체’여야 합니다. 하나님 안에서 ‘참 평안과 안식을 누려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이 단지 우리의 웰빙을 위함이 아닌, 우리를 부르신 그 위대한 목적, ‘하나님 나라’를 세우기 위한 이 ‘위대한 사명을 위한 걸음들’이어야 합니다. 이어지는 19장 내용에서 기운을 차린 엘리야가 하나님을 뵙고 호렙산의 한 동굴에서 “엘리야야 네가 어찌하여 여기 있느냐?”란 질문을 두 번 받는 데, 다 똑같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가 대답하되 내가 만군의 하나님 여호와께 열심이 유별하오니 이는 이스라엘 자손이 주의 언약을 버리고 주의 제단을 헐며 칼로 주의 선지자들을 죽였음이오며 오직 나만 남았거늘 그들이 내 생명을 찾아 빼앗으려 하나이다” (왕상 19:10)

자, 굉장히 중요한 장면입니다. “내가 주님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나한테 돌아온 건 죽음의 위협입니다!” 엘리야가 죽고 싶은 게 이런 환경 때문 같지만 결정적 이유가 무엇입니까? “오직 나만 남았거늘…” 그렇습니다. 엘리야 옆에 누군가 있었으면 혼자 죽으러 광야로 들어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낙심하고 좌절했더라도 금세 다시 힘을 얻어 삶을 이어갔을 것입니다. 홀로 남아 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여긴 엘리야에게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내가 이스라엘 가운데에 칠천 명을 남기리니 다 바알에게 무릎을 꿇지 아니하고 다 바알에게 입 맞추지 아니한 자니라” (왕상 19:18)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 겁니다. “넌 혼자가 아니야.” 여러분, 이것이 교회 공동체의 사명입니다. 특별히 오늘날 우울증과 자살의 위험 가운데 살고 있는 이 시대 모든 이들에게 우리가 건네야 할 메시지입니다. “넌 혼자가 아니야!”

교회는 이 시대의 칠천 명이 되어야 합니다. 넌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줄 수 있는, 손잡아 줄 수 있는 칠천 명이 되어야 합니다. 세상의 우상 앞에 무릎 꿇지 않는 그 칠천 명. 로뎀 나무 아래에서 고통당하는 영혼들을 먹이고, 쉼을 주고, 함께 하나님 나라를 이뤄나갈 벗이 되어야 합니다. 저와 여러분 모두 이 시대의 칠천 명으로 주님과 세상 앞에서 신실하게 살아가시길 간절히 축복합니다.

노한석 목사

한세대학교 선교학
한세대학교 영산신학대학원(M. Div)
한세대학교 일반대학원 구약학(Th. M.)
인천순복음교회 청년부 선교학교 강사
인천순복음교회 유년부 여름성경학교 강사
여의도순복음광명교회 청년부 수련회 강사
삽교감리교회 청년부 수련회 강사
신나는교회 청소년부 수련회 강사
100주년 기념교회 청년교구 전도서 세미나 강사
순복음강남교회 중등부 수련회 강사
순복음강남교회 교회학교 교사대학 강사
(現) 하늘벗교회 담임
Author

M.T.S / 교회성장 컨설팅 및 연구 프로젝트 진행 / 국제화 사역 / 월간 교회성장, 단행본(교회와 성도들의 영적 성장을 위한 필독서) 등을 출간하고 있다. M.T.S (Ministry Training School) 는 교회성장연구소가 2003년 개발하여 13회 이상의 컨퍼런스를 통해 한국교회에 보급한 평신도 사역자 훈련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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